‘묻지마’가 시사용어로 처음 등장한 것은 1996년이다. 초면의 중년 남녀집단이 아무것도 묻지 않고 단체로 버스 관광(묻지마 관광)을 떠나는 행태가 사회면 기사로 나와서 파문을 낳았고, 이후 인과관계를 따지지 않거나 명확히 파악할 수 없는 현상이 등장할 때마다 ‘묻지마 ○○’이라는 표현이 언론에 의해 자주 사용됐다.
최근에는 신림역 사건을 비롯한 흉악범죄 기사에 ‘묻지마’라는 표현이 붙여져 보도되었다.
시청자들은 ‘묻지마 OO’ 같은 뉴스를 접하면서 무차별적 무작위 범행의 피해자가 자신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두려움에 휩싸였다. 자신이 범죄의 목표가 됐을 경우를 대비하여 호신용품 구매에 나섰고, 일부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호신용 스프레이가 동이 나기도 했다.
미디어가 대중에게 알 권리를 제공하는 순기능도 하지만 다량의 범죄 보도는 사회의 불안을 증가시키는 역기능을 하기도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묻지마’ 표현은 범죄자들에게 부당한 범죄 동기를 정당화할 명분을 만들어 줄 수 있고, 보도 내용에 ‘묻지마’라는 표현은 사실을 왜곡한다.
2020년은 전국이 n번 방 사건으로 소란했다. 정말 오랫동안 방송에서는 온통 그 이야기뿐이었다. 그래서 범죄자를 부각하는 기사는 범죄자의 내러티브만 만들어준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당시 가수 김윤아는 트위터에 “범죄자에게 서사를 부여하지 마십시오. 범죄자에게 마이크를 쥐여주지 마십시오.”라고 범죄자가 주인공이 되는 뉴스 미디어의 행태를 나무랐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범죄뉴스는 대체로 선정적·폭력적·자극적이다. 사실 중심의 객관적인 보도를 통해 범죄환경을 감시하기보다는, 언론사 간의 특종과 속보 경쟁, 위계질서에 따른 취재, ‘클릭 수’ 올리기 등으로 기사의 ‘헤드라인’은 점점 더 자극적으로 만들어진다.
이러한 언론의 행태는 언론의 순기능을 온전히 담당하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
더는 범죄자들이 무엇이라도 된 마냥 방송에서 마구 떠들게 놔두면 안 된다. 이제는 언론이 중범죄에 관하여 보도하는 방식을 점검하고 바꾸어야 할 때다.
[출처] : The PR /2024/8.16
** My opinion : 범죄 가해자들이 포토라인에서 하는 말은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가해를 가한다. 엄청난 취재열기 상황에서 가해자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인공처럼... 때론 가해자들의 복장과 외모를 평가하고, 그들이 착용한 브랜드가 인기높은 제품으로 판매되는 기이한 현상까지도 발생한다. 가해자들에게 내러티브를 허용하는 미디어 현상은 중단되어야 한다. |